2024.03.30 (토)
포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2021. 4. 20(화) 오후 2시,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포항시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활 권리 선포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알려왔다.
연대는 동정과 시혜로 얼룩진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언함으로써 장애인이 동등한 시민이자 주체임을 밝히고, 차별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자 결성된 포항지역 장애, 노동, 시민사회, 정당 등의 연대체입니다. 2021년 4월 현재, 총 16개의 단체들이 참여하였으며,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3. 현재 포항엔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활 정책의 수립 없이는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지난 해 장애계 및 시민사회의 요구 끝에 활동지원 24시간 제도가 시작되긴 했으나(현재까지 10명), 여전히 수많은 중증장애인이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에 허덕대며 하루하루를 연명(延命)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누가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두고 경쟁해야 하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만 65세 이상의 고령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정체성을 박탈당한 채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을 받는 이중의 차별에 노출돼 있습니다.
보다 촘촘하고 세심한 개인별 맞춤형 자립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은 턱없이 부족한 수급시간과 전문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관리구조로 인해 사실상 활동지원을 받을 권리로부터 소외된 형편입니다.
간신히 자립을 이어 오던 성인 발달장애인 또한 실질적 자립지원 체계의 부재로 인해, 이웃들의 불평어린 민원이 쏟아지면 이내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거주시설장이 운영하는 ‘체험홈’으로 입소처리 되어, 안정적인 자립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많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실망에 지쳐, 시설 입소 또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잔혹한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아동학대’로 인해 떠들썩했던 가운데, 사실상 장애인 감금시설에 다름 아니었던 포항다원공동생활가정에서 학대를 당했던 아동 피해자들은 또 다른 (장애인)시설로 전원 조치되었으며, 학대를 고발했던 공익제보자는 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외려 학대행위자라는 오명을 쓴 채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참담한 상황들은,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자립생활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취약 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에 마땅한 예산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포항 사회는 이제 ‘보호’라는 미명 아래 사람을 분리 감금 수용하는 시설 일변도의 정책 관성을 벗어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회복하고 당당하게 자립적 삶을 일궈낼 수 있도록 포항시는 장애인들의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활 권리를 선언하고, 그 분명한 권리에 걸맞은 정책 수립에 착수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포항지역이 조금씩 희망을 향한 걸음을 떼고 있다고 믿고자 합니다.
수 년간‘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외치던 장애계와 시민사회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통해, 이제 포항시는 24시간 활동지원을 통한 시민의 자립생활 권리 보장이라는 지자체의 근본적 책무를 등한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포항시는 장애계 및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UN장애인권리협약’이 제시하는 기준을 근거로 ‘중증장애인 자립 생활 정책 및 환경 마련’을 약속하였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탈시설 정책을 지향하는 보편적 국제규범이며,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아야 함을 선언하고 있습니다(제19조).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 보편적 규범이자 최고규범으로서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로서, 포항시는 장애인의 존엄하고 인간다운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빨리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자립생활 정책은 재가(在家) 장애인을 돌보는 부모 및 부양의무자가 혹독한 돌봄의 부담과 고통 아래 짓눌리지 않고, 그리하여 ‘다시 시설을 택하는 악순환’에 포섭되지 않고, 이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의 주인이 되어 주체적 자립권을 회복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탈(脫)재가라는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서로를 돌보고 지원하는 선한 부담은, 특히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선한 부담은, 공공의 차원에서 면밀히 관리되고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포항지역이 이러한 돌봄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사회로 하루빨리 나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포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2021년 포항시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화 권리를 당당히 선포하고자 합니다. 훗날 우리의 선포가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이들에게 부끄럼 없는 외침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