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속초19.9℃
  • 맑음26.4℃
  • 맑음철원25.5℃
  • 맑음동두천25.5℃
  • 맑음파주24.6℃
  • 맑음대관령20.8℃
  • 맑음춘천26.5℃
  • 구름조금백령도19.4℃
  • 맑음북강릉19.6℃
  • 맑음강릉20.4℃
  • 맑음동해22.3℃
  • 맑음서울26.4℃
  • 맑음인천23.0℃
  • 맑음원주26.9℃
  • 구름조금울릉도22.5℃
  • 맑음수원25.7℃
  • 맑음영월27.5℃
  • 맑음충주27.1℃
  • 맑음서산25.8℃
  • 맑음울진25.1℃
  • 맑음청주27.2℃
  • 맑음대전27.3℃
  • 맑음추풍령26.9℃
  • 맑음안동28.0℃
  • 맑음상주29.5℃
  • 맑음포항26.5℃
  • 맑음군산25.7℃
  • 맑음대구28.8℃
  • 맑음전주28.4℃
  • 맑음울산26.3℃
  • 맑음창원29.7℃
  • 맑음광주28.6℃
  • 맑음부산23.8℃
  • 맑음통영27.2℃
  • 맑음목포25.0℃
  • 맑음여수27.1℃
  • 맑음흑산도23.4℃
  • 맑음완도27.1℃
  • 맑음고창
  • 맑음순천27.0℃
  • 맑음홍성(예)27.1℃
  • 맑음25.7℃
  • 맑음제주21.8℃
  • 맑음고산20.9℃
  • 맑음성산23.2℃
  • 맑음서귀포26.2℃
  • 맑음진주28.5℃
  • 맑음강화23.7℃
  • 맑음양평26.5℃
  • 맑음이천26.3℃
  • 맑음인제27.2℃
  • 맑음홍천26.8℃
  • 맑음태백26.4℃
  • 맑음정선군30.6℃
  • 맑음제천26.5℃
  • 맑음보은26.6℃
  • 맑음천안26.0℃
  • 맑음보령25.1℃
  • 맑음부여27.2℃
  • 맑음금산27.1℃
  • 맑음26.4℃
  • 맑음부안28.1℃
  • 맑음임실28.0℃
  • 맑음정읍28.5℃
  • 맑음남원28.2℃
  • 맑음장수26.6℃
  • 맑음고창군28.0℃
  • 맑음영광군26.4℃
  • 맑음김해시29.9℃
  • 맑음순창군27.8℃
  • 맑음북창원29.6℃
  • 맑음양산시29.8℃
  • 맑음보성군27.0℃
  • 맑음강진군28.8℃
  • 맑음장흥27.7℃
  • 맑음해남28.3℃
  • 맑음고흥27.4℃
  • 맑음의령군29.6℃
  • 맑음함양군29.5℃
  • 맑음광양시28.2℃
  • 맑음진도군25.9℃
  • 맑음봉화27.2℃
  • 맑음영주28.1℃
  • 맑음문경28.6℃
  • 맑음청송군28.3℃
  • 맑음영덕27.7℃
  • 맑음의성28.7℃
  • 맑음구미29.5℃
  • 맑음영천28.5℃
  • 맑음경주시29.9℃
  • 맑음거창28.3℃
  • 맑음합천29.4℃
  • 맑음밀양30.1℃
  • 맑음산청28.6℃
  • 맑음거제28.2℃
  • 맑음남해27.0℃
  • 맑음30.1℃
기상청 제공
존엄한 최후를 원하시나요? 사전의료의향서를준비하세요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엄한 최후를 원하시나요? 사전의료의향서를준비하세요

존엄한 최후를 원하시나요? 사전의료의향서를준비하세요



존엄한 최후 원하시나요? '사전의료의향서'를 준비하세요


한겨레 | 입력 2015.08.05. 10:40









[한겨레]김영길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장

김영길(68)씨는 2007년 타이 방콕의 병원에 누워 있던 맏사위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얼굴의 창백한 빛은 말 그대로 사색(死色), 이미 죽은 자의 그것이었다. 인공호흡기와 영양공급장치 등 복잡한 기계들이 그를 붙잡고 심장의 펌프질을 강제하고 있었다.

8년전 방콕서 맏사위의 연명치료 목격
"수명 아닌 고통의 연장" 바로 중단
웰다잉 강의 듣다 의향서 중요성 느껴

연명 결정권은 가족 아닌 환자만 있어
미리 거부의사 서류로 작성해야 효력
가족·사회·의료진까지 부담 줄어

전화상담하다 보급 위해 지원단 발족
누리집서 누구나 프린터로 출력 가능










외국을 오가며 사업을 벌이던 맏사위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한달 전이었다. 병명은 간암이었다. 8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던 딸이 급히 타이로 건너갔지만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환자가 의식을 잃자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연결했다. 딸과 계속 통화하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꼈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 모르는 딸을 위해 그도 타이로 갔다. 병원에 도착해 맏사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온갖 장치들이 수명이 아닌 고통을 연장하고 영면의 길을 지체하고 있었다. 기계를 당장 떼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장례식을 치르고 사업을 정리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많았다. 빚잔치를 끝내고 나니 딸과 두 손녀의 살길이 막막했다. 딸에게 일단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두 손녀를 키우려니 앞날이 막막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32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퇴직한 김씨는 2005년부터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시작했지만 벌이는 영 시원찮았다. 자신이 무너지면 집안 전체가 무너질 상황이라 기를 쓰고 버틸 뿐이었다.

2009년 복지법인 각당에서 하는 '웰다잉 전문강사 과정'을 들었다. 구직의 목적도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강의를 들으며 심폐소생술이나 인위적 영양공급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받는 가족이 자신뿐만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해 한국에서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소송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해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 의사를 환자 자신이 건강할 때 미리 서류로 작성해 놓아야 의식이 없을 경우에도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사전의료의향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등이 만들어졌다.

사전의료의향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김씨는 2011년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상담해주고, 신청자에게 사전의료의향서 용지를 발송하는 업무였다. 그러나 사전의료의향서를 많은 사람에게 확산하기 위해 좀더 간편한 방식이 필요했다. 올해 초 사단법인 희망도레미에서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장을 맡아 누리집(hope9988.com)을 만들었다. 양식을 간소화해 무료로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존엄한 죽음과 사전의료의향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기관과 단체에 강의도 나갔다. 사전의료의향서 작성과 보관, 활용에 대한 전화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하루는 말기 심장병 환자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남편이 의식불명에 빠져 의사가 생명유지장치를 권할 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인 줄 알고 달았다는 것이다. 이제 회생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번 연결한 생명유지장치를 가족이나 의사 마음대로 뗄 수 없다고 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환자를 아내의 요구로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된 2004년 대법원 판례가 있어 병원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단장은 환자 자신이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했을 경우에만 생명유지장치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환자가 건강할 때 사전의료의향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상담자가 말했다. 그때는 관심이 없어 흘려들었는데 상담하면서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환자의 아내는 장롱 속에 있던 사전의료의향서를 찾아내 남편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가정과 사회의 말기 의료비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의사결정도 도울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은 가족이 없거나 사전의료의향서 보관이 마땅찮은 이들을 위해 사본을 20년 동안 보관해준다. 후원자에게는 신분증과 함께 보관할 수 있는 작성확인카드도 제공한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과 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 존엄권과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자신의 존엄한 최후를 위해 사전의료의향서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몰라 작성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삶을 좀더 품위있게, 마무리를 좀더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yan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