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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보호 운동을 벌여온 장애인 활동가가 성탄절 전날 밤 일어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부회장(39)이 24일 오후 6시58분쯤 화재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술집 출입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술집은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으며 가게 안에는 박 부회장만 있었다.
술집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몇 차례 와서 알게 된 박씨가 돈을 낼 테니 방을 빌려달라고 해서 며칠간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 동생(38)은 “형이 바람 쐬러 친구 집에 간다고 했는데 며칠째 집에 안 들어왔다”고 했다.
현장감식을 한 경찰은 “방화나 자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뇌병변장애 3급인 박 부회장은 평소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로 탈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아직 알 수 없다. 26일 시신을 부검하고 화재·사망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2003년부터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한 동료 활동가는 “고인은 장애인이동권 등 인권증진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 동생은 “형은 올해 초 한 40대 뇌병변장애인이 화재로 숨지자 경찰서로 가서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며 “똑같은 피해를 당하다니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