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작가 이마로(오른쪽 끝) 씨가 1월 3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아트 링크 프로젝트를 찾은 나경원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 지적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축제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축제의 문이 스페셜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만 열린 것은 아니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전시·체험행사는 국내 지적장애인 작가들이 예술을 통해 비장애인과 소통하고 참가선수들을 응원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열린 ‘아트 링크 프로젝트(Art Link Project)’ 전시장.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했던 ‘로보트 태권브이’와 흡사한 조각상이 전시장 입구에 우뚝 섰다. 나무로 만든 몸체는 얼핏 투박해 보인다. 2미터가 훌쩍 넘는 높이에 양팔을 머리 위로 치켜든 자세가 힘자랑을 하듯 위압적인 느낌도 든다. 찬찬히 살펴보니 이는 오해였다. 치켜든 손에는 무기 대신 작은 로봇이 가득한 선물상자가 들려 있다. 지적장애 공예작가 박태현(20·자폐성장애1급) 씨의 조소작품 ‘슈퍼 가디언’이다.
“태현이는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로봇을 엄청 좋아했어요. 곧잘 로봇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로 만들기도 했죠. 작은 로봇은 태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이면서 관람객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죠.”
박씨의 어머니 김선화(48) 씨가 아들을 대신해 작품을 설명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의 ‘전투로봇’ 슈퍼 가디언은 장애와 편견 속에서도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모습을 담았다는 이야기였다.
아트 링크 프로젝트는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최를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회다. 지적장애인 작가 10명과 비장애인 작가 10명이 각각 멘티와 멘토로 참가해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함께 작업한 80여 점의 회화·드로잉·사진·조소·설치작품을 전시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조직위가 주최하고 장애인 예술지원단체 사단법인 에이블아트가 주관하는 행사다.
아트 링크 프로젝트는 1월 3일부터 2월 5일까지 서울과 강원도 평창에서 1, 2부 두 번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리보기’ 행사였던 1부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와 중구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지난 1월 8일 끝났다. 본 전시회인 2부는 동계스페셜올림픽 기간인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3층 로비에서 열린다.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
아트 링크란 장애학생이 지닌 예술성을 비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끌어내는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예술활동을 뜻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육체 단련을 통해 지적장애인의 자기개발과 사회적응을 촉진한다는 스페셜올림픽의 취지를 예술분야로 확장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지적장애 재미동포 화가 데니스 한(37)과 그의 멘토인 심현지 작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데니스 한은 생후 1년4개월 만에 뇌막염을 앓아 지능이 5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모 겸 스승인 심현지 작가를 통해 그림을 배워 화가의 꿈을 이뤘다. 파랑스 파리 유네스코갤러리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본부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장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부대행사로 마련된 만큼 동계올림픽 관련 작품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적장애인 작가 이마로(19·자폐성장애) 씨는 평창 설원을 배경으로 스케이팅·아이스하키·스키 경기중인 선수들을 그린 만화작품을 출품했다. A4용지 크기의 소형 작품이 멘토의 손을 거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탈바꿈해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이씨의 어머니 서은주(54) 씨는 “아들이 멘토 작가와 그림을 통해 별다른 대화 없이도 소통하고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며 “반응이 조금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의 내면과 잠재력을 간과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적장애인의 풍부한 상상력에 기성 작가들의 관록이 결합한 작품에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인사동에 들렀다 우연히 전시관을 찾았다는 이미선(34·여) 씨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많다. 장애인들의 작품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