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폭염속 전력수급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주를 제3기 국민발전소 건설주간으로 선언했다. 최근 10년동안 8월 3~4주에 하계 전력피크가 6번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공감코리아는 올 여름 최대 전력피크 기간을 앞두고 국민들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전기 절약방법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지금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었고, 중국 화이안 지방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최악의 가뭄으로 화이허강 바닥이 드러나는 등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한 인도는 지난 7월말 갑작스런 기온상승으로 국토의 절반이 정전이 되는 사태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해 여름,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를 시작으로 104년만의 9월중순 최고더위로 인해 전국적인 정전대란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올해도 전국적인 녹조현상과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9월 기간중 서울에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은 1971~1980년 12일에 불과했지만 2001~2010년에는 34일로 30년 사이 거의 세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지구촌의 기후변화현상들은 다름 아닌 인류의 무분별한 에너지사용에 그 원인이 있으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다간 그 어떤 재앙을 맞이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올 여름, 이른 무더위로 일찌감치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8월초에는 폭염으로 인해 최대전력이 사상 최고치인 7429만kW를 기록하며 예비전력이 300만kW 아래로 떨어져 ‘주의’단계가 이틀연속 발령되는 등 연일 전력수급 비상상황인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절약 현주소는 어떠한가? 얼마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전력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응답자는 10명중 9명에 달했지만, 실제로 전기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3명중 1명에 그쳐 절전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천에는 인색한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기는 전기요금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고는 있지만, 돈만 있다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아니다. 개인의 편익만 앞세워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결국은 쓰고싶어도 아무도 쓸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5월 29일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 복지관에서 열린 ‘5%절전, 에어컨 필터를 청소합시다’ 캠페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금 덥게 느껴지더라도 냉방온도를 조금 높여보자. 실내온도를 1도 높이는 것만으로도 냉방전력의 7%를 절감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는 대형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00만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원전 1기를 짓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플러그를 뽑거나 간단한 스위치로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절전멀티탭을 활용해야 한다.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으로 연간 6%의 가정 소비전력이 불필요하게 새어나가고 있는데, 이것만 잘 차단해도 전국적으로는 70만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

건물의 자발적인 전기절약 동참도 중요하다. 요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에어컨을 켜 둔 채 문을 열어 놓고 영업하는 상점들이다. 문을 열고 냉방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4배의 전력이 더 소모되어 엄청난 양의 전기가 그냥 길위에 버려지게 된다. 상점들이 문만 닫고 영업해도 100만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이러한 개념으로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6월부터 매월 일주일간 국민발전소 건설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국민발전소란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절약을 통해 발전소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자는 개념이다.

이러한 국민발전소 캠페인의 시행 결과 지난 6~7월간 약 7억6200만kWh, 금액으로하면 약 1077억원에 달하는 전력소비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6월21일 20분간 진행되었던 정전대비 위기대응훈련을 통해서는 짧은 시간동안 화력발전 10기에 해당하는 약 548만kW를 절감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절전동참이 한데 모이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국민발전소를 짓는 것은 몇 명의 대단한 행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작은 행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만큼, ‘나 하나쯤’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전기에너지에 내 몸을 맡기지 말고, 내 몸의 에너지로 발전하는 발전소가 되어보자.

2012.08.23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